지하 40m 깊이의 어두운 공간에서 눈부신 사막의 햇살과 도시의 풍경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오늘은 마치 거대한 '잠망경(Periscope)'처럼 지상의 빛을 지하로 끌어들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놀라운 건축물, '카스르 알후큼 메트로 스테이션(Qasr Al Hokm Downtown Metro Station)'을 통해 현대 건축이 직면한 난제와 이를 해결하는 스마트 건설 기술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Intro] 사막의 지하를 밝히는 70m의 거대한 스테인리스 거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중심부에 위치한 카스르 알후큼 메트로역은 세계적인 건축사사무소 스노헤타(Snøhetta)가 설계한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입니다. 이 역사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지름 70m에 달하는 거대한 역원뿔형 스테인리스 스틸 캐노피입니다.
매끄럽게 폴리싱 처리된 이 거대한 금속 쉘(Shell)은 지상의 풍경과 자연광을 반사하여 지하 40m 깊이의 환승역 내부로 쏟아냅니다. 단순한 지붕이 아니라 지상과 지하를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광학 장치 역할을 하는 것이죠. 주변에는 메카 방향으로 정렬된 야자수와 테라초 광장이 조성되어 있어, 단순한 교통 시설을 넘어 시민들의 훌륭한 공공 공간(Open Civic Realm)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2. [Challenge] 15,000개의 경량 철골 프레임 부재와 화재 방재
하지만 설계도가 아름답다고 해서 건물이 저절로 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거대하고 매끄러운 비정형 곡면을 실제로 구현하는 데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엔지니어링 난제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난제: 기하학적 복잡성과 시공 오차지름 70m의 이중 곡면(Double-curved)을 만들기 위해 무려 15,000개의 경량 철골 프레임 부품과 330개의 고유한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이 필요했습니다. 단 1mm의 오차만 발생해도 패널들이 엇갈려 설계자가 원했던 '매끄러운 거울' 효과는 완성할 수 없게 됩니다.
두 번째 난제: 40m 대심도 역사의 화재 배연 딜레마
지하 깊은 곳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연기를 외부로 즉각 배출(Smoke extraction)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위를 70m짜리 거대한 금속 뚜껑(캐노피)이 덮고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안전을 위해 뚜껑에 구멍을 뚫자니 건축가의 디자인이 훼손되고, 디자인을 유지하자니 안전 기준을 통과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입니다.


3. [Solution] DfMA와 3D 시뮬레이션이 만든 엔지니어링의 마법
이러한 난제들을 돌파한 것은 결국 첨단 파사드 엔지니어링과 DfMA(Design for Manufacture and Assembly) 방식의 스마트 건설 기술이었습니다.
✔️ 네덜란드에서 성형하고 사우디에서 조립하다 (글로벌 DfMA)
특수 외장을 맡은 네덜란드의 CIG는 3D 파라메트릭 역설계를 통해 데이터를 추출하고, 자국 공장에서 330개의 8mm 두께의 비정형 스텐레스 스틸 패널을 '3D 냉간 성형(Cold-forming)' 방식으로 사전 가공했습니다. 이를 사우디로 이송한 후, 현지 시공사인 UAP Armetal이 모든 이음새를 완전히 용접(Fully welded)하고 폴리싱하여 이음새 없는(Seamless) 표면을 완성했습니다.
특히 15,000개의 뼈대와 외장재 사이에는 세밀한 시공 오차를 기타 줄을 튜닝하듯 조절할 수 있는 '조절식 타이로드(Adjustable tie-rods)' 공법이 적용되었습니다.

✔️ 기류 시뮬레이션으로 디자인과 안전의 타협점을 찾다
가장 큰 문제였던 화재 배연 딜레마는 파사드 엔지니어링을 담당한 Bollinger+Grohmann의 기술력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이들은 3D 기류 및 배연 시뮬레이션을 수없이 반복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캐노피 하부의 유리 및 철골 구조물 형태를 미세하게 최적화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노헤타의 원형 디자인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안전한 배연 경로를 확보해 냈습니다.

4. [Result & Insight] AI 시대, 데이터가 짓고 혁신이 조립하다: 스마트 건설의 패러다임
전체 30조 원이 투입된 리야드 메트로 프로젝트 중에서도, 이 카스르 알후큼 역사의 캐노피는 네덜란드와 사우디를 잇는 글로벌 물류, 3D 성형, 전면 현장 용접 등 막대한 시간과 인력이 투입된 핵심 구조물입니다. 이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우리 건축계에 던지는 인사이트는 명확합니다.
첫째, 현대의 랜드마크는 '시공성을 고려한 설계(Constructability)' 없이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는 설계자가 그림을 그리면 시공자가 알아서 짓는 방식이 통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정형적이고 복잡한 건축물에서는 설계 단계부터 제작과 조립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BIM과 DfMA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15,000개의 경량 철골 프레임 부재와 330개의 고유한 스테인리스 스틸 패널을 공장에서 정밀하게 만들어 오지 않았다면 이 현장은 엄청난 재작업과 비용 초과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건축의 기하학적 복잡성을 해결하고 시공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얼마나 똑똑하게 데이터를 생산하여 공장 제작과 현장 조립(OSC)을 매끄럽게 연결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둘째, 직관을 넘어서는 데이터 기반의 엔지니어링입니다.
화재 배연 문제처럼 직관이나 경험만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을 3D 파라메트릭 도구와 기류 시뮬레이션 등 AI와 컴퓨테이셔널 디자인 기술로 극복해 내고 있습니다.
한국의 건설 산업 역시 이러한 거대한 흐름에 직면해 있습니다. 비정형 건축의 기하학적 난제를 극복하고, 현장 노동력을 최소화하며, 정밀도를 극대화하는 것. 이것이 위드웍스가 자체 개발한 CNC T-BAR, 스마트 노드, UHPC 파사드 시스템 등 DfMA 솔루션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건축의 미래는 설계 도면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한 제조와 조립의 혁신에 있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도 흥미로운 DfMA 건축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 문헌 (References)
- Snøhetta Official: Qasr AlHokm Metro Station
- Bollinger+Grohmann: Qasr AlHokm Metro Station
- CIG (Central Industry Group) / UAP Armetal: 3D Cold-forming and fabrication data of Riyadh Metro Bowl.
* 본문 내 인포그래픽 이미지는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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