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프랭크 게리, 종이 구김을 '건축'으로 바꾼 기술의 비밀 (CATIA부터 DfMA까지)"
안녕하세요, 비정형 건축 및 파사드 엔지니어링 전문 기업 위드웍스(WITHWORKS)입니다.
2025년, 현대 건축의 거장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거대한 티타늄 건축물로 만들어내던 그의 마법은 단순한 예술적 영감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철저한 수학이자, 치열한 공학적 투쟁의 결과였습니다.
오늘은 그를 추모하며, 위드웍스의 시선으로 그가 남긴 '비정형 건축의 기술적 유산'을 분석해보려 합니다. 스케치를 데이터로 변환한 혁신부터, 실패를 통해 얻은 값진 교훈까지. Beyond Structure, Toward Value. 그 엔지니어링의 내막을 공개합니다.
Challenge: 종이 모형을 어떻게 시공할 것인가?
프랭크 게리의 건축은 '난제(Challenge)'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정형화된 도면 대신 손으로 구긴 종이나 나무 조각을 들고 왔습니다. 기존의 2D 도면(평면, 입면, 단면)으로는 이 불규칙한 곡면을 정의할 수도, 시공할 수도 없었습니다.

"건축주와 시공사는 묻습니다.
'이 제각각인 곡면을 도대체 얼마에, 어떻게 만들 겁니까?'
이것은 단순한 디자인의 문제가 아닌, 제조와 조립(DfMA)의 문제였습니다."
Solution: 데이터가 된 곡선, 그리고 DfMA
게리는 항공기 설계 소프트웨어인 CATIA를 건축에 도입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위드웍스가 추구하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 3D Scanning 기술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1. 디지털 역설계 (El Peix, 1992)
손으로 만든 모형을 3D 스캔 장비로 찍어 점(Point) 데이터를 추출했습니다. 이를 통해 무질서해 보이는 곡선은 수학적 좌표값($x, y, z$)을 가진 NURBS(Non-Uniform Rational B-Spline) 곡면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2. 제조 프로세스의 혁신 (Guggenheim Bilbao, 1997)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디자인 혁명이 아닌 공정 혁명이었습니다.
- 마스터 모델(Master Model): 모든 공종이 하나의 3D 모델을 공유하며, 현장에서는 토탈 스테이션(측량기)으로 좌표를 찍어 철골을 조립했습니다.
- 구조의 이원화: 시공이 쉬운 직선형 1차 구조 위에, 곡면을 만드는 2차 파이프 구조를 덧대어 경제성을 확보했습니다.

3. 재료의 물성을 극복한 기술 (IAC Building & Louis Vuitton)
유리를 곡면으로 만드는 것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듭니다. 여기서 Facade Engineering의 진가가 발휘됩니다.
- Cold Warping (냉간 휨): 유리를 가열하지 않고, 현장에서 허용 오차 범위 내로 비틀어 고정하는 방식(IAC 빌딩)으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했습니다.
- 가변형 주형 (Multipoint Molding): 루이비통 재단에서는 3,600개의 각기 다른 유리 패널을 만들기 위해, 핀의 높낮이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변 금형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정점입니다.
Result & Insight: 혁신의 그림자에서 배운 것
물론 모든 도전이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MIT 스타타 센터(Stata Center) 소송 사건은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 MIT 소송의 핵심 원인 (The Pain Points)
- 아이스 댐(Ice Damming): 복잡한 지붕 계곡에 눈이 쌓이고 얼어붙어 누수가 발생했습니다.
- 이질 재료의 충돌: 벽돌, 금속, 유리의 열팽창 계수 차이를 흡수할 디테일이 부족하여 균열이 갔습니다.
- VE(가치공학)의 역설: 예산 절감을 위해 배수 시스템 등 핵심 디테일을 삭제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디자인은 자유로울 수 있지만, 물리적 법칙(중력, 비, 온도)은 타협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위드웍스가 'Smart Node(스마트 노드)'와 같은 정밀 접합 기술에 집착하는 이유입니다."
프랭크 게리는 떠났지만, 그가 남긴 '형태를 데이터로 제어하는 방식'은 현대 건축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더 나아가, 위드웍스와 같은 전문가들이 DfMA와 BIM을 통해 누수와 결로, 구조적 불안정성까지 사전에 시뮬레이션하며 그 완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패할 용기 없이는 혁신도 없습니다. 가장 난해한 곡선이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되기까지, 그 치열한 엔지니어링의 여정은 계속됩니다.